언론보도

[언론기고] 소방관의 순직이 헛되지 않도록 하여야 (남궁근 공동대표)

행개련 0 174

<내일신문 9월 26일자 컬럼>

소방관의 순직이 헛되지 않도록 하여야

 

남궁근 서울과기대 교수, 행개련 공동대표

 

지난 17일 강릉에서 화재 진압 중 발생한 소방관 두 명의 순직사고로 소방관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었다. 3년 전 세월호 침몰 당시에도 업무지원에 나선 소방헬기가 추락하면서 5명의 소방관이 희생되는 등 지난 10년간 순직한 소방공무원이 51명이나 된다. 이번 순직을 계기로 소방관에게 일방적인 희생과 봉사를 요구해온 후진적 소방행정체제 개혁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전통적으로 소방은 화재를 예방하고 진압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최근에는 그 외에도 세월호 참사 등 재난 · 재해현장에서의 인명구조 · 실종자 검색 및 응급환자에 대한 구조업무와 더불어 응급환자에 대한 상담, 응급처치 및 이송 등의 구급활동 업무가 크게 증가하였다. 특히 인구 고령화에 따라 독거노인이 증가하고 이들의 119 긴급구조 및 구호 서비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화재진압보다는 구조와 구급 쪽에서 소방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2010년부터 현장 활동요원의 근무가 2교대에서 3교대로 변경되면서 필요한 인력은 보충되지 않아 현장 출동 인력이 오히려 줄어들어 소방업무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 지방의 일선 현장에서는 네 명은 타야 할 소방 펌프차에 두·세명이 타거나 구급차에 단 두 명이 타 한 명이 운전대를 잡고 다른 한 명이 사고처리를 하는 일이 일상사가 되었다고 한다. 적은 인원 때문에 피로감이 쌓이는 현장대원들의 고충은 곧 사고위험으로 연결된다. 오늘날 전국적으로 현장 소방(3교대) 인력은 정부가 규정한 소방력의 법정 기준에 비해 19,000 여명이나 부족한 실정인데 이를 순차적으로 보충하여야 한다.

소방 장비와 시설확충에 중앙정부의 예산지원이 강화되어야 한다. 현재 소방 조직은 광역자치단체 소속으로, 재정 상황이 열악한 지자체는 노후화된 소방청사 시설개선과 소방 장비 확충에 소극적이다. 소방관 개인이 사비로 장갑을 비롯한 안전장비를 구입하는 부조리한 상황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관이 현장에서 구조 및 구급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소방장비와 시설을 현대화하고 당연히 개인안전장비 구입비용도 100% 정부예산으로 지원하여야 한다.

소방관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다 보니, 사고 피해자들은 구조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심각한 스트레스와 질병에 노출돼 고통을 받고 있다. 소방관의 10.8%가 우울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이는 일반인 우울증 유병률(2.4%)4배를 상회하는 수치다. 소방관 5명중 1명은 수면장애(21.9%)로 고통받고 있으며, 이 역시 일반인(6%)3배 이상이다. 또한 소방관 3명 중 1명은 업무 중 겪은 트라우마에 따른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을 경험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군병원, 보훈병원, 경찰병원은 있지만 소방병원은 없다.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소방공무원들이 심리적·정신적 질병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저렴한 비용으로 진료와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소방공무원들에게 특화된 전문병원을 설립하는 것도 필요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소방관들에 대한 폭행과 폭언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4년 이후 구급대원 폭행 건수가 늘고 있지만 폭행사범 10명 중 5(622명 중 314, 50.5%)은 벌금형 이하의 가벼운 처분을 받는데 그쳤고, 집행유예를 포함한 징역형은 30.7%191건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를 수행하는 소방관에 대한 폭행사범에 대한 엄중한 처벌로 소방관 폭행은 중대한 범죄행위란 사실을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

자신의 안위보다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려고 헌신하며, 전 국민들로부터 가장 신뢰하는 직업 1, 대학생들이 가장 존경하는 직업 1위인 소방관의 자긍심을 국민이 지켜주어야 한다. 소방관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이번 정기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하여 소방인력보강과 장비 및 시설확충을 위한 논의에 결실이 있어야 한다. 정기 국회에서 구체성을 지닌 조치들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는지 전 국민이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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