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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거리문화’ 보고서(하) - 가로환경

서영복 0 1594

2006 ‘거리문화’ 보고서(하) - 가로환경

서 영 복(행정개혁시민연합 사무처장)

관청건물·문화회관·체육관 같은 건 웬만하면 그럴듯하게 갖춰져 있다. 이제는 지역 곳곳의 내실이 문제다. 그럼에도 적잖은 지역에서 유동인구 많은 가로변의 문화환경 가꾸는 일에 너무 소홀하다는 느낌이다. 많은 이들이 막연한 내일, 몇몇 거창한 일에 오늘을 저당 잡힌 채, 일상의 생활공간을 방치하고 있다.

왜 우리는 소위 중앙의 ‘큰 정치’에, 대형 개발사업에, 예산타령으로, 남의 탓으로 세월 모르는가? 우리 주변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윤기 나게 하면서 할 일들 아닌가? 외국의 그림엽서 속 풍정을 부러워할 것만도 아니다. 각 지역에서 몇 군데씩만이라도 가꿔가면 좋지 않겠는가? 거기서 스스로를 추스르고 분발해볼 수 있지 않겠는가? 다시, 역내의 거리얘기다.

가로수·광고물 ‘유감’
주요 나들목과 교통요지만큼은 깔끔하게 정리했으면 한다. 서해안고속도로 군산 IC부근인 군장대학 일대의 송전탑과 빽빽한 전봇대 같은 게 지역의 첫인상을 구긴다. 어디라 할 것 없이, 소도읍이나 그 일원의 전신주들은 기울어지거나 심하게 녹슨 경우들이 많다. 관계기관은, 서둘러 이 피폐하고 마음 가난하게 만드는 정경을 줄여줬으면 한다.

가로수의 식재와 관리에도 주력했으면 한다. 전반적으로 배롱, 느티나무 등이 세를 불려가는 가운데도 은행, 플라타너스, 벚나무 등이 여전히 우점종이다. 부안읍내는 마로니에, 이팝, 산딸, 단풍, 소나무, 조릿대, 남천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고창읍 등지는 수종이 단조롭고, 장수읍내 은행나무들은 바짝바짝 붙어있다.

장수 장계와 남원 인월의 은행나무들은 무지막지하게 전정했다. 장계 해당구간들의 경우, 일부를 옮기고, 사이사이 조그만 경주마상(像) 같은 걸 여러 형상으로 배치해가면 어떨까? 고창 대산면의 한 곳은 사람 통행도 편찮은 보도 위에 은행나무들이 비집고 서있다. 플랜터 등으로 대체하든지, 사행(蛇行)도로로 구불텅하게 개조하여 한 쪽씩 나무를 심으면 어떨까?

고창 아산면 간선도로변 메타세콰이어의 경우도 아쉽다. 전깃줄 걸리고 간판 가린다 하여, 전문가 도움 없이 지역주민끼리 잘랐다. 군산경찰서 앞쪽 히말라야시다들 또한 볼썽사납다. 모두 원추형 수형과 우람한 수세를 무시한 게다. 비좁은 공간들에는, 아예 소교목이나 노각나무 같은 원통형 수종 식재도 검토해볼 만하다.

가로변 화분대의 화초 선택도 타성에 젖어있거나 공무원·조경업자 중심이다. 자생화들도 많건만 우리는 왜, 팬지·매리골드·루드베키아 같은 꽃들을 그토록 강요당해야 하는가? 임실군청·임실초교 근처의 철쭉류들은 생기마저 없다. 공무원과 학생을 포함한 누구도 보살필 여력과 마음이 없다면, 차라리 잔디벨트 같은 걸로 바꾸면 되지 않을까?

도 전역에 널려 있는 속칭 ‘에어 간판’, 원통형 풍선 입간판들도 문제다. 통행에 지장을 주기도 하고 숨이 턱 막힐 만큼 거리미관을 어지럽히기도 한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판에 단속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이동식 광고물이어서 일방적 단속도 어렵다. 지역분위기에 맞게 크기와 색상을 조절해나가게끔 계도했으면 한다.

현수막 집단 게시대와 전봇대 관리도 숙제다. 특히 소도읍의 상당수 전봇대는, 잘린 채 너풀거리며 매달려 있는 현수막 끈들로 꼴불견이다. 큰 도시의 홍보배너나 사피니아 화분 같은 걸 걸어놓지 않더라도, 깔끔해야 된다. 몇몇 특정단체의 깃발들이 지역 분위기를 최소한 시각적 차원에서, 우중충하게 만드는 일은 없는지도 살필 일이다.

청결·정성·인심이 중요
우리는 소소한 데서 정성과 의욕과 희망을 읽는다. 격일 주정차제 실천, 순창 등지의 재래시장 정비, ‘전북관광안내 주유소’, 정읍 연지 고가로나 부안 석정로의 벽화, 고창읍 당산의 줄다리기 밧줄 같은 게 반갑다. 흥부골 남원의 운봉․인월 연도의 조롱박 차양책이 만남과 휴식 있는 그늘시렁․원두막형 셸터로 변모하길 기대하기도 한다.

중요한 건 거리질서, 청결, 정온함, 관심과 합심노력이다. 인심 사납게 성마르게 경적 울리듯 말고, 차분하고 꾸준히 해나가자. 때로는 비워가되, 어느 한 구석 소홀함 없이 요모조모 채워가며, ‘사람’ 중심으로 알뜰살뜰 다듬자. 필요하다면 전문가들의 자원봉사 참여유도나 경관조례 제정 같은 제도화도 꾀하자.

※ 출처: 전북도민일보 2006년 9월 11일 <서영복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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