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돋보기

【재미있는 행정이야기195】대통령 시정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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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시정연설

박 수 정 (행개련 정책실장)

총리가 대독하는 대통령의 정기국회 시정연설 관행은 올해도 계속되었다. 작년에는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시정연설을 직접 작성했다 해서 말도 많았지만, 올해는 확실한 대독이었다. 집권기간 동안 나라를 이끌고 살림살이를 해나가는 것과 관련되는 정책의 기본 방향과 방침, 과업 등을 담은 시정연설은 대통령의 것이기에, 단순한 대중연설이나 언급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된다.

대통령의 연설은 국민에게 희망과 자랑스러움을 주기도 하고 동감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그래서 청와대는 명연설문을 만들기 위해 연구용역까지 발주하는 고생까지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대통령비서실에서 매년 발행하는 대통령 연설문집의 두께에 질리고, 존경하는 누구누구님으로 시작하는 상투적인 연설문은 지루하기까지 하다. 정부의 확실한 비전이나 정책의지가 보이지 않는 연설 중간 중간의 불안함, 떨림마저 감지될 정도로 국민들 심기가 사납고 국정 신뢰도가 떨어진 요즘이다.

부동산 정책에 올인 하겠다며 구체적인 지표와 지수 나열로 객관성을 높이려 하지만 대통령 마저도 인정한 통계지표에 대한 불신부터 고개를 드는 것이 사실이다. 정부가 이리해 봐야 강남 복부인들은 코웃음 칠 게다. 정부가 사교육비를 줄이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애쓴다지만 얼마 전 서울대 총장의 발언을 생각하면 정책가, 사회적 지도자들까지도 정상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강남의 학원에서 출제된 문제들을 다 조사해서 서울대 논술시험에 내지 않겠다는 식의 대응에 이제는 일반 시민마저도 경기를 일으킬 지경이다.

내년에는 국가 R&D 예산으로 올해보다 10.5퍼센트 증가한 9조 8천억 원을 투자한다고 한다. 투자 효율성 제고를 위해 사업 평가와 관리는 성과중심으로 강화하고 ‘국가 연구개발 중장기 종합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제대로 된 평가시스템 없이 무작정 기술투자에 연구비 배분하는 현재에 대한 반성과 개선 없이 미래 로드맵만을 만들어 그간의 일을 덮는다면 곤란하다. 무엇을 몇 퍼센트로 세계 몇 위로 올리겠다는 식의 호화판 약속보다 아쉽지만 무엇을 얼마만큼 소박하게 이루어냈다는 조심스러움이 지금은 위로가 된다.

* 출처 : 시민의신문 2006년 11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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