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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뭣으로 피어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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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뭣으로 피어나는가?
 
서 영 복(행정개혁시민연합 사무처장)
 
조류 인플루엔자로, 지역개발 사업 부진 등으로, 우리는 또다시 상실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한(韓) 브랜드’ 창출 등을 향한 발걸음도 계속하고 있다. 여러 난국타개가 급하긴 하나, 문화를 꽃 피우기 위한 준비들도 의미 있다 싶다. 그래서 오늘은, 자생적인 문화적 기반과 역량을 키워갈 수 있는 방안을 어림해봤으면 한다. 새삼스럽긴 하지만 우선, 문화일반의 수요나 소비를 유발하는 요인부터 떠올려보자.
 
문화 수요소비 요인
계절과 날씨가 먼저 꼽힌다. 노출의 계절이 다가오면, 체형관리 운동수요가 늘어난다. 여름엔 구두 닦는 사람이 적다. 행락 철·크리스마스 시즌처럼, 절기도 한 몫 한다. 제철 음식이 있고, 좋아하는 화훼류와 향수도 철따라 달라진다. 여름철 영화엔 공포물·스릴러물이 많다. 11월은 연극의 비수기, 세모·정초는 점·역술의 성수기다.
 
뉴스에는 고갈기(期)라는 게 있다. 방송에는 가족 시청시간대, 시급(時級) 구분이란 것도 있다. 하루 중에서도 알맞은 옷과 음악, 전화 통화량이 각기 다르다. 날씨가 더워지면 댄스곡이, 쌀쌀해지면 발라드곡이 상승세를 탄다고 한다. 가격이나 소득도 주요인이다. 국민소득 1만 달러를 거치면서 상품의 색(色), 건강식품에 눈을 뜨게 된다고도 한다.
 
연령·학력·성별 같은 계층요인도 있다. 도서의 독자구성 분석도 이에 착안한 것이다. 유통관행, 유해논란, 의학지식의 공표 같은 것도 요인이다. 습관·허위의식·충동 같은 심리요인도 있다. 튤립 알뿌리에 대한 투기심리가 17세기 네덜란드에 ‘튤립공황(恐慌)’을 몰고 왔다. 개방화·자율화 등 제도요인이 수요를 결정하기도 한다.
 
판금·공연금지 등 규제요인도 있다. 일본 에도시대 말의 퇴폐화(畵) 단속은 풍속화를 유행시켰다. 체육경기 규칙의 다기화는 관중의 따분함을 덜어준다. 대형 비리사건은 술 소비를 증가시키기도 한다. 돌림병이나 사회불안은 관광객을 쫓는다.
 
문학·연예물의 소재나 배경, 유행, 언론보도, 광고, 스타십, 논쟁과 비판, 사용자·출입자 등도 영향을 미친다. 이른바 ‘윈도우 효과’라 하여 영화화 연극화 등 다른 분야의 흥행도 변인이다. 죽음·수상(受賞)․추모제 같은 기념행사도 문화 특수(特需)를 부른다. 입시과목과 배점, 유망직종의 변화, 교통통신, 기술개발 등도 수요를 가름한다.
 
신앙·이데올로기 요인도 있다. 절에서는 김장 때 젓갈 대신 다시마 국물을, 마늘과 양파 대신 생강을 넣는다. 길일 이사풍습도 있다. 꽃처럼 생긴 산딸나무의 백색포는 그 십자 형상으로 하여, 기독교인들에게 사랑 받는다. 발굴·재발견도 중요하다. 멘델스존은 바하의 ‘마태 수난곡'을 백년 만에 부활시켰다.
 
‘복고풍’ 같은 시간 주기, 공급 고정시간대, 상설장소 등도 영향인자다. 시대 흐름, 정서도 요인으로 꼽힌다. 친환경 농산물 선호나 전원주택 붐이 그 예다. 라이프스타일이나 생활 주기도 요인이다. 주5일 근무 같은 게 대표적이다. 지역특성과 기질도 있다. 활화산 없는 우리나라에선 화산학이 성하질 않다. 명명(命名)·색다름·브랜드 값·성적 관심·신체조건·용도·착각으로 인한 수요도 있다.
 
관의 대응, 민의 노력
이제, 이러저러한 문화 수요소비 요인들을 분석하고 걸맞은 대응책 마련에 더욱 힘을 기울일 때가 아닌가 한다. 편의성·접근가능성·대응성·다양성의 제고 등도 서둘렀으면 한다. 문화물의 복합화와 종합화, 상징물 조성, 가격처방, 교육·홍보 관련 대응에도 주력해야 한다.
 
중국 송나라의 차(茶) 소비증가에 따른 도자기의 소비·생산 증대에서 보듯, 문화적 상호 연관효과에도 눈을 돌리자. 하루의 옷 선택만 해도 날씨·기분·기능적 도덕적 기준 등 복합인자가 작동한다는 점에 유의하자. 다른 문화물 또는 타 지역과의 경쟁, 보완 관계 등도 고려하자.
 
문화경제·문화산업·소비자행동·마케팅 등에 대한 접근도 긴요하다. 그러나 문화 일반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연구와 진득한 행정적 대응도 절실하다. ‘스피드’나 문화시설에만 골몰할 게 아니다. 주민들도 의식주 생활 하나 하나 허투루 하지 않았으면 한다. 어려운 터에, 신선놀음하자는 게 아니다. 문화는 민관 모두의 관심, 높은 미의식, 실천의지로 피어난다는 점을 새기자.
 
※ 출처: 전북도민일보 2006년 12월 1일 <서영복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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