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돋보기

나랏돈 빼먹기

서영복 0 1732

나랏돈 빼먹기

서 영 복(행정개혁시민연합 사무총장)

총선이 끝나고, 각종 정부사업과 예산집행이 본격화되고 있다. 예산배분을 놓고 공직사회 - 지식인 - 시민단체·민간기관 사이에 벌어지는 구태(舊態)는 새 정부에서도 여전하다. 소위 우리 사회의 ‘윗물’과 유력 집단들이 '프로젝트' '컨설팅' '협약' 등 갖은 명목으로 국민 세금을 '눈먼 돈' 삼아 나눠먹기하고 있다는 탄식들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지식인들과 시민사회 인사들에게 전국 각 지역과 지방정부는 '블루오션'으로 통한다. 불공정 특혜에 경쟁도 없고 뒷감당 안 해도 되니, 한탕하기에 딱 맞다는 거다. 바로 그들이 이 순간에도 방방곡곡에 봉 잡으러 몰려가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각 지역에서 누군가 감시하고 견제하지 않으면, 지역주민들만 뼈 빠지게 되어 있다.

용역·컨설팅·협약해서, 바람직한 경우도 물론 있다. 그러나 그 상당수가 품질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거죽만 합법일 뿐, 그 속살은 그렇고 그런 짝짜꿍이들로 범벅되어 있다. 세금 도둑질이라고 극언하는 이들도 있다. 만성이 되다시피 하여 도무지 죄책감도 염치도 모른다. 어떤 경우는 정치적 후일 도모를 위한 연대라는 명분까지 은근히 내세운다.

나눠먹기 천태만상
‘용역’은 특정인·특정기관을 챙겨주는 특혜수단으로 전락해버린 지 오래라는 비판이 많다. 해당 정부나 공공기관의 발전은 뒷전이다. '협약' 체결도 마찬가지다. 행정안전부의 고위 책임자도 지난해 사석에서, '프로젝트 같은 걸로 특혜 줘야 할 때 명분 삼아 맺는 게 협약'이라 실토 섞어 한마디로 못 박은 바 있다.

전직 공무원들이 연구소 같은 것 차려 인연 있는 지방정부에서 용역이나 컨설팅 사업 따내고 예산 차지하는 일이 종종 있다. 이것부터 '전관예우'이자 전형적인 자기 식구 챙기기다. 용역 결과의 활용도와 지역발전 기여도에 대한 평가는 거의 없다. 어느 공공기관의 장은 독단으로 '닭 모이 주듯' 연구 프로젝트 나눠주며 자신에 대한 비판 잠재우고 환심 사려 든다.

지방정부 용역의 상당 부분은, 자치단체의 장과 공무원들의 지연·학연·정치적 연결고리로 좌우된다. 때론 할 수 없이, 때론 기꺼이 용역 만들어 ‘상납’한다. 특히 각 대학원과 지방 공직자들 간 ‘네트워크’는 대단하다고 한다. 공무원들에게 장학금 주고 학위 주면서 어떤 형태로든 용역 수행하는 것도 다반사다. 이쯤 되면 저들의 '네트워크'는 ‘나눠먹기’ 구조다.

공직자는 지식인들을 이런저런 위원회 위원으로 추천하여 모시고, 자기에게 유리한 판단을 암암리에 요청하기도 한다. 인사철 되면 평소 관리해둔 지식인들을 통해 로비하는 예도 있다. 서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관계다. 적잖은 우리의 똑똑한 젊은이들이 공직 진출해서 이런 상급자나 유력 집단 틈바구니에서 ‘영혼 없는 존재’ 혹은 동업자로 살아가고 있다.

일부 지식인·전문가들은 중앙정부·지방정부·공공기관에 어떻게든 선 대놓고 용역 비즈니스에 골몰한다. 이럭저럭 연구소 하나 만들어 영업을 하기도 한다. 번번이 제자들이나 후진들의 이름 도용해서 프로젝트로 평생 배 불리다가 의절 당한 사례도 있다. 가히 '민관학 복합체'라 할 만하다. 이쯤 되면 나랏돈 빼먹기 장사요 비즈니스다.

절제 감시 견제해야
연구소·언론사·시민단체들이 ‘수익모델’ 삼아 지방정부들을 상대로 갖가지 ‘대상(大賞)’ 잔치 벌이는 것도 짚어봐야 한다. 참여 지자체 모두를 입선시켜 시상하는 경우도 있다. 참가비 바치고 그 상 받아오는 셈이다. 자치단체장들도, 좋은 홍보거리니 유혹에 휘말리기 십상이다. 상술 알아채고 거리 두는 단체장들도 있긴 하다. 그런 지역 주민들은 그만큼 행운이다.

국민들은 나랏돈을 누가 얼마나 빼먹는지, 또 그 방법은 뭔지 잘 모른다. 안다 하더라도 당연시하거나, 합법이라 하니 자포자기하고 만다. 감사원·국가청렴위 같은 걸 열 개씩 만든들, ‘알 만한 사람들’이 이래서야 부패와 부조리를 줄일 수 있겠는가? 어찌 사회통합, 선진사회 진입, 국민을 섬기는 정부가 가능하겠는가? 모두 절제·감시·견제가 절실한 때다.

※출처: 전북도민일보 2008년 4월 14일 <서영복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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