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돋보기

국정지표 실현을 위한 선진 공직문화 창조 방안 -『섬기는 정부』구축을 중심으로 -

유홍림 0 1727
※ 다음은, 2008년 5월 16일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행정안전부와 매일경제신문사가 공동으로 주최한「국민과 기업을 섬기는 공직문화 창조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유홍림 행개련 집행위원의 토론 내용입니다.

국정지표 실현을 위한 선진 공직문화 창조 방안
-『섬기는 정부』구축을 중심으로 -

유홍림(행개련 집행위원·단국대학교 교수)

Ⅰ. 머리말: 심리학적·(조직)문화적 접근의 필요성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5대 국정지표(㉠ 섬기는 정부, ㉡ 활기찬 시장경제, ㉢ 능동적 복지, ㉣ 인재대국, ㉤ 성숙한 세계국가) 가운데 『섬기는 정부』가 제일 먼저 등장한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무원은 인사권자의 ‘머슴’이 아니라, 국가의 ‘주인’은 국민의 머슴으로서 최선을 다해 서비스를 제공하라는 취지의 말씀을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국정의 방향과 요구는 시대적 요청이나 국민의 요구에 부합되는 지극히 바람직한 것들이기는 하나, 결코 이명박 정부에서만의 새로운 시도는 분명 아니라 하겠다. 이와 유사한 공무원의 의식 및 행태 나아가 행정문화에 대한 변화 요구들은, 비록 사용되는 용어나 통치자의 의지 등에서 차이는 있었지만, 지난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에서도 분명히 있어 왔고, 나름대로의 연구와 조치들도 행해졌던 것이 사실이다. 가장 가까운 사례로서, 최초의 문민정부라고 일컬어지는 김영삼 정권에서는 중반 무렵부터 '국민에 대한 최대의 봉사'와 '양질의 행정서비스 제공'에 역점을 두었던 『고객지향적 정부』를 구축하려고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었다.

이처럼 거의 모든 지난 정권들도 갖가지 활동을 통해 국민에게 보다 다가서려는 나름대로의 노력을 하였다. 그러나 그 어느 정권을 막론하고 대다수의 국민들로부터 "정부나 공무원들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라는 냉혹한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평가가 대체적으로 틀리지 않았다는 간접적인 증거는 『섬기는 정부』가 이명박 정부의 국정지표에도 여전히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에서도 찾아진다고 하겠다. 물론 그러한 평가의 배경에는 다양한 원인들이 작용하였겠지만, 그 중에는 일부 납득할만한 원인들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 요란한 구호를 통해 변화의 필요성은 밝혔으나, 그를 위한 실효성 있는 조치들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았다는 점을 비롯하여 ㉡ 정부의 역할이나 공무원에 대한 시대적 요청이 지속적으로 달라지고 있으며, 국민의 행정서비스에 대한 경험이나 기대가 계속해서 높아져 왔다는 사실, 그리고 ㉢ 정권마다, 특히 문민정부의 경우, 추진해 온 대부분의 변화 노력들이 사회정의의 실현 등과 같은 명목적 가치들 위주이었던 까닭에 대다수의 일반 국민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 없었던 사실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에는 그러한 인색한 평가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 원인은 바로 ㉣ 공무원의 의식이나 태도 등이 포함된 공직문화의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형식적인 제도나 시스템만을 도입하는 데에 급급했었기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

이처럼 인간인 공무원에 대한 심리학적 접근방법이나 조직문화적 접근방법을 통해, 비록 많은 시간과 체계적인 접근이 요구되지만, 공무원과 공직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지 못하다면 이명박 정부 역시 이전의 정권들과 마찬가지로 공직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다시 말해 공무원들은 과거의 정권에서의 학습 효과를 토대로, 정권 초기에는 눈치를 보며 조금 바뀌는 척하다가 시간이 가면서 ‘버티기’ 작전이 효과를 발휘하여 과거의 습관으로 회귀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오늘 이 토론회에서는 공직사회를 본질적이고 근본적으로 변화를 시키기 위해서는 심리학적 접근방법과 (조직)문화적 접근 방법을 근간으로 한 뒤, 각종 법적․제도적 접근방법들은 보완적으로 원용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라도 이루어졌으면 한다. 또한 이명박 정부가 추구하는 『섬기는 정부』의 지향이 무엇인지, 머슴의 소임과 자세는 무엇인지, 그리고 머슴인 공무원이 최선을 다해 서비스를 해야 하는 주인인 국민의 속성에 대한 보다 정확한 이해가 이루어져야 하겠다. 나아가 우리 공직사회가 여전히 지니고 있는 시대적 요청에 걸맞지 않는, 다시 말해 시급히 고쳐야 할, 문화는 무엇이며, 이를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변화를 도모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선진 공직문화 창조를 위해 공무원 교육의 중추기관인 중앙공무원교육원이 담당해야 할 역할 등에 대하여 폭넓은 학습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Ⅱ. 『섬기는 정부』의 개념과 주인인 국민에 대한 이해

앞에서도 언급하였지만, ‘이명박 정부의 국정철학’ 을 소개하는 공식 자료에 따르면, 국민적 요구를 포함한 시대정신을 바탕으로 국가비전을 새롭게 설정한 뒤, 이의 실현을 위한 공무원의 행동규범을 소개하고 있으며, 이어서 5대 국정목표의 하나로 『섬기는 정부』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섬기는 정부』 실현을 위한 구체적 수단으로 ㉠ 정부조직 개편, ㉡ 공기업 민영화․효율화, ㉢ 행정규제 개혁, 그리고 ㉣ 엄격한 법질서 확립을 제시하고 있을 뿐, 『섬기는 정부』 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어떠한 개념 정의도 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완벽하지는 않지만, 피상적인 수준에서나마 『섬기는 정부』가 지향하는 모습이 무엇인지부터 살펴보고 이어서 이를 구현하기 위한 최소한의 전제 조건부터 살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겨진다.

『섬기는 정부』란 고용주인 동시에 국가의 주인이며 수요자이자 고객인 국민에게 고품질의 행정서비스를 능률적으로 제공하고, 국민의 의사 및 요구에 민감하게 대응하면서 국민을 기대 이상으로 만족(나아가 감동)시키려고 최선을 다하는 정부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러한 『섬기는 정부』가 명실상부하게 구축되려면 정부, 공무원, 그리고 국민이라는 개념들에 중대한 수정이 가해져야 함은 물론 이들 간의 지위와 위상이 근본적으로 재정립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나 공무원들은 국민을 목표달성의 수단으로 여겨 왔으며, 행정을 마치 국민들에게 커다란 시혜(施惠)를 베푸는 것으로 생각해 왔고, 국민의 세금으로 봉급을 받고 정부가 운영된다는 생각은 전혀 가지지 않았던 것 같았다. 이 같은 인식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이루어져야 시대적 흐름과 요구를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공무원은 국가의 주인이 아니라 정부에 고용된 자(government employees)일 뿐이며, 국민은 단순히 행정서비스의 대상이나 고객의 수준을 넘어서 공무원에 대해 주인의 자격을 지닌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을 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국가행정의 개념은 공공통치(public administration)의 단계에서 공공관리(public management)의 단계를 거쳐 공공서비스(public service)의 단계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와 동시에 국민은 통치 내지 행정관리의 대상(object of governance)으로부터 행정서비스의 수혜자(beneficiary)의 단계를 거쳐 국가행정의 주인(principal)으로 여기는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공무원에 의해 움직이는 국가행정체제는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반응하고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바로 국가의 주인인 국민에 대한 책임성의 정신(not accountable to the President and Politicians, but to the People)에 입각해 있어야 하며, 공무원들은 국민에 대한 공복(public servants)의 정신으로 철저히 무장해 있어야 한다. 이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격(格)을 상향시켜, 지배대상이나 국가의 하인이 아니라 오히려 국가의 주인으로서의 본래 위치로 되돌아가는 것(Back to Basis)을 의미한다. 한 마디로, 공무원은 국민의 마음을 읽고,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서 국가의 주인이고 공무원의 고용주인 일반 국민의 보편적인 속성들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기로 하자. ① 국민은 결코 만족할 줄 모르고, 그들의 요구는 끊임이 없다. ② 국민은 참을성이 없고, 성급하며, 변덕스럽기까지 한 어린아이와 같다. ③ 국민들은 지켜야 할 규정이나 거쳐야 할 절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고통이나 불편이 우선적으로 해결되길 원한다. ④ 국민은 어수룩해 보일지는 모르지만, 결코 공무원보다 아래이거나 멍청하지가 않다. ⑤ 국민은 정부나 공무원이 제대로 수행한 많은 것들에 대해서는 칭찬이 인색하지만, (하나의) 잘못한 것들에 대해서는 혹독하리만큼 엄격하다. ⑥ 국민은 분야나 부문, 대상을 가리지 않고 비교하는데 능하다.(예, 외국의 최고급 호텔에서의 서비스를 민원 담당 공무원의 응대 서비스와 비교한다.) ⑦ 국민은 방관자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신의 이익에 대해선 때론 자신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공익에 관련 사항에 대해서도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등등. 이러한 주인의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여야만 국민을 제대로 섬길 수 있을 것이다.

Ⅲ. 아직 씻어내지 못한 구태와 새롭게 취해야 할 선진 공직문화

지금부터는 『섬기는 정부』를 구현하기 위한 필수적 사전 작업으로서 기존의 공직문화가 여전히 지니고 있는 부정적인 모습은 무엇이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조치들이 필요한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이제부터 언급될 부정적 모습들의 대부분은 지난 정권들도 불식시키고자 노력했던 것들로서, 상당 부분 해소 내지는 불식된 것들이다. 그렇다고 근원적으로 사라졌다고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며, 여전히 국민들은 이에 대해 많은 불편함을 느끼는 것들이라고 하겠다.

첫째로, 우리나라 공직문화 병폐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관존민비적’이며 ‘행정기관 우선적’인 사고방식일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행정은 행정조직 및 인력구조, 대민행정, 사무관리규정, 권한구조 등 대부분의 측면에서 여전히 관중심적이고, 통제지향적으로 되어 있어 국민이 입게 되는 시간적, 경제적, 정신적 손실이 막대하게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공무원이 행정업무를 처리함에 있어서 공무원 개인이나 정부기관의 행정편의를 최우선으로 하지 말고, 주인이며 고객이자 수요자인 국민의 편의를 최대한 도모할 수 있는 방향으로 획기적인 발상 전환과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져야 한다. 다시 말하면, 그동안 공급자 위주로 기준을 설정하고 공공재 및 서비스를 제공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소비자인 국민의 고객만족도를 증진시키기 위해 소비자중심의 행정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차원의 많은 노력들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창업 소요기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감축하려는 ‘창업절차 간소화 방안’이나 ‘중소기업정책 집행창구의 일원화’ 등과 같은 각종 정책의 지원체계 마련은 물론 정부 조직 및 기능의 통폐합에 있어서도 철저하게 수요자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둘째로, 현행의 많은 행정제도나 정책집행의 기본적 전제는 국민에 대한 불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같은 행정문화는 아마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남북한 간의 대결구도라든가, 짧은 시간에 고도의 성장을 이루려는 개발연대의 통제위주의 중앙집권적 행정체제에 의해 기인된 부산물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불신행정은 처벌위주 내지는 강력한 사전규제로 나아갈 수밖에 없게 만들었으며, 그 결과 국민의 능력과 의도를 반복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각종 서류를 중복적으로 요구하고, 그 내용에 대하여도 관련부서가 별도의 복잡한 검증절차를 거침으로써 민원행정 처리에 많은 시간을 소요하게 만듦으로서 민원인들로 하여금 처음부터 시도할 의욕을 없게 만들거나, 지치게 하여 스스로 포기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따라서 『섬기는 정부』가 구현되려면 우선 국민을 믿고 지원해 주어야 하므로, 지금까지의 포괄적 사전규제 행정에서 선별적 사전규제 내지는 사후규제행정으로의 전환을 과감히 이루어야 한다. 예를 들어 민원발생시 사후적 입증이 필요한 최소의 서류만을 민원인에게 요구하고, 나머지는 행정전산망을 통해 정부기관이 직접 확인하여 처리하여야 하며, 입증이 애매할 경우에는 주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처리해 주도록 하여야 한다. 또한 관공서의 방문을 줄이거나 아예 방문하지 않도록 날로 발달하고 있는 각종의 정보기술들을 적극 개발․도입하여야 할 것이다. 나아가 공익 훼손이 미미한 민원인의 최초 실수나 비의도적인 행정법규 위반에 대해서는 비용부담을 지양하되, 의도적으로 재발하는 경우나 부정한 의도의 소수의 국민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처벌하는 방식으로 전환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셋째로, 지금까지 공무원들은 각종 행정이나 민원을 접할 때 부정적인 인식이나 자세를 보여 왔다고 여겨진다. 예를 들어, 민원을 접했을 때 공무원들은 적극적으로 해결해 보려는 자세보다는, 먼저 안되는 이유부터 먼저 찾을 때가 많았다는 것이다. 물론 일반 국민이 아닌 상관의 지시나 부탁일 때, 아니면 개인적인 이해관계가 걸릴 때는 예외이지만 말이다. 따라서 이런 자세를 가지고는 결코 국민들을 감동시킬 수 없을 것이다. 반면에, 해결이 될 수 없는 민원일지라도, 민원인들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해결책을 찾아보고, 안되는 이유를 설명을 하려는 긍정적 태도를 보인다면 민원인들은 감동할 것이다. 『섬기는 정부』를 구현하려면 이 같은 감동 사례를 자주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제아무리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민원 사항이나 기업들의 애로사항들이라도 끝까지 듣고 해결하려는 자세를 취하여야 하며, 각종 간담회․현장방문에서 나온 건의사항 및 여러 경로를 통해 접수된 민원사항들에 대해 검토 결과를 반드시 빠른 시간 내에 회신하여야 할 것이다.

넷째로, 우리나라 공직문화가 지니고 있는 또 다른 병폐중의 하나는 주인인 동시에 고객인 국민을 여전히 괄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부분 역시 특정 민원행정 분야(예, 운전면허나 여권의 발급 행정) 에서는 세계 최고의 수준에 이르는 등 크게 개선이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민원인으로 하여금 서비스를 받으려면 행정관청을 찾아오게 한다든가, 이 창구, 저 창구 혹은 이 관청, 저 관청으로 행정서류를 가지고 다니도록 하는 것은 국민을 주인으로 이해하여야 하는 『섬기는 정부』에서는 불식되어야 할 관행이다. 권위적 행정체제하에서는 행정이 주인입장에 서서 주민을 기다리는 소극적이고 느린 행정이었다면, 『섬기는 정부』에서는 행정이 국민을 찾아가서 문제를 적극적으로 그리고 빨리 해결해 행정으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즉 소극적․수동적 그리고 지연의 서비스 제공이나 행정정보획득으로부터 고객을 직접 찾아 나서는 적극적․능동적 그리고 신속한 방향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들로는 기존에 실하고 있는 순회민원창구의 개설, 서류간소화, 민원행정모니터제 등은 지속적으로 활용하여야 할 것이며, 정보기술의 발전 추세를 반영하여 민원처리 절차를 간소화하려는 리엔지니어링은 주기적으로 행해져야 하고, 국민들의 (경제)생활패턴을 감안해 민원부서에 대한 변동근무시간제 도입 등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로, 불식되어야 할 또 다른 부정적 문화 요인으로는 일방적 과실 책임행정을 들 수 있다. 국민이 실수한 경우에는 정부기관의 규정에 따라 실수에 상응하는 비용을 즉시 부담토록 되어 있으면서도, 담당 공무원이 실수한 것에 대해서는 거의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상당히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하고, 실제 피해의 극히 일부분에 대해서만 보상이 이루어지는 등 문제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섬기는 정부』에서는 담당공무원의 실수로 민원인에게 불편이나 불이익이 초래되었을 경우에 간편한 절차를 통해 실질적인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과실책임의 쌍방적 형평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고충처리라는 소극적 차원이 아닌 적극적 차원의 불평접수체계가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조치는 공무원에게 각자가 맡은 업무에 대한 책임이 부여될 때 가능해 질 것이다.

여섯째로, 공무원들은 자신들도 독립적 판단의 주체라는 사실을 자주 망각하는 버릇이 있다. 다시 말하면, 공무원들은 자신들의 기본 책무를 버려둔 채, 상관의 눈치나 심기만을 보살펴 왔을 뿐, 정작 섬겨야 할 주인인 국민에 대해서는 별반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다. 이를 빗대어 ‘공무원은 얼굴은 상관에게 향하고, 엉덩이는 국민들에게 두고 있다’는 풍자가 유행한다고 하겠다. 공무원의 기본 책무라 한다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고, 국민의 불편과 고통을 덜어주며, 한 푼의 세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정부조직과 나라살림을 알뜰하게 꾸리고, 국민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사회생활과 경제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라 하겠다. 이러한 기본적 책무를 다하려면 항상 공무원의 모든 신경은 국민들이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떠한 불편을 겪고 있지는 등에 집중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에 대한 증가로는, 각종 SOC(항만, 공항, 도로 등) 건설계획과정에 있어서 수요예측을 지나치게 과장하여 이해관계에 유착된 기업의 입장을 살펴주거나 소속 기관의 존재 필요성을 드러내는 사례, 이번 감사원에 감사에서 드러났듯이, 2005년 노무현 정부가 지방혁신도시의 사업효과를 3배 이상 부풀렸던 사례 등을 들 수 있다. 후자의 경우,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기획·지시하고 국토연구원이 허위 보고서 작성 실무를 맡고, 건설교통부가 지원·방조한 것이라고 밝혔다. 공무원들이 정권이나 여당의 입장에만 충성을 다하는 행태는 수많은 사례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공무원들이 자신의 도덕적 판단에 따라 이러한 사기극을 벌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분명 시킨 윗사람이 있었겠지만, 그렇다고 이런 對국민 사기극의 손발이 되어준 행태나, 일이 잘못되면 '시켜서 했다'는 핑계를 대며,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공무원의 행태는 『섬기는 정부』에서는 더 이상 보지 않았으면 한다.
공직자도 하나의 나약한 인간이며, 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家長이며, 승진에 목을 매며, 윗사람 눈치 보면서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일반 회사원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점도 인정하지만, 그렇다 해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최소한 공직자들은 국민에게 책임지고 중립적으로 일하라고 법적 신분 보장까지 받는 자들이다. 요즘 세상엔 실무 공직자들이 동원할 수 있는 방법을 다해서 문제를 지적하고 호소하면 정권이 과거 독재 시절처럼 마냥 내리누를 수만은 없다. 물론 이렇게 하기 위해선 어떠한 불이익이라도 감수하겠다는 각오가 요구된다. 그러나 상당수 공직자들은 오히려 앞장서서 총대를 메고 나서거나, 일신영달의 기회로 삼으려 하다가 일이 어긋나거나 상황이 바뀌면 그때는 "위에서 시키는데 어떻게 하느냐"는 핑계를 대는 처세술이 몸에 배어 있다. 노 정권 말기에 언론 취재 통제의 앞장을 섰던 공직자들이 정권이 바뀌자 "우리는 영혼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 한 것이 그 단적인 증거라 하겠다. 이러한 문화를 극복하기 위해선 양심선언을 하거나, 기관 차원의 낭비나 동료의 사소한 부정까지도 눈을 감지 않는 분위기와 그랬을 경우, 입게 되는 각종의 불이익을 보상받을 수 있는 제도적 방안들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밖에 공직자들의 규정과 법규에만 얽매이는 관료적 형식주의, 관료조직의 보수적 타성, 상위직으로의 과도한 권한집중, 국민보다 상관을 잘 모시려는 관행, 권위의 명령에 대한 무조건적 복종 등은 국민들에게는 시간적, 경제적, 정신적 손실 등의 부담을 초래하는 동시에 정부에 대한 불신의 원인이 되고 있으므로 시급히 해소내지는 불식되어야 할 공직문화의 단면들이다.

Ⅳ. 중앙공무원교육원의 역할

1. 중앙공무원교육원이 당면해 있는 문제는 아마도 이명박 정부의 조직개편으로 補職을 받지 못해 교육 대상으로 발령을 받은 공무원들에 대해 ‘실용시대에 걸 맞는 선진 공직문화’를 체득시키는 일일 것이다. 과거에는 유례없었을 정도로, 교육대상의 숫자도 많고, 4급 이상 고위 공무원 205명에 대한 6개월간의 교육도 계획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유형의 교육은 처음 실시하는 동시에 급작스럽게 벌어진 일이라 거의 무계획한 상태에서 실시되어야 하는 제도인 만큼 교육과정과 교육내용이 어떻게 구성될 것인가 하는 문제도 중요하며, 교육내용이나 방식에 대한 평가가 이전과는 크게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교육과정 이수 후, 행태나 인식에 있어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는지 등에 대한 추적 작업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실일 것이다.

2. 공무원들의 자발성과 창의성을 높여 생산성을 향상하며 정부가 국민들에게 봉사하기 위한 『섬기는 정부』로의 전환이 성공되려면 공직자들의 의식과 자세 등 공직사회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져야 한다. 따라서 향후 중앙공무원교육원의 교육과정은 직무수행에 필요한 관리기술적인 내용도 중요하겠지만, 공무원의 의식개혁 및 행태변화에 대한 보다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교육과정이 마련되어야 하겠다. 조직과 제도의 개혁만으로는 의식혁명이 기대할 수 없음은 과거의 정권의 경험으로 보아도 자명한 일이다. 지금까지도 이러한 유형의 교육과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절대적인 투입 시간이 부족하고, 일방적인 훈화 방식이었기에 그 효과는 강의실을 벗어나 청사로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측면이 있었다. 공직사회의 관행과 공무원의 의식은 잠재적 또는 현재적인 형태로 고착되어 있기 때문에 이의 변화에는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요구되며, 특히 정부의 온정주의나 보호주의에 익숙해진 제도나 관행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 동안 공무원의 의식개혁을 어떠한 방향으로 어떻게 유도할 것인가에 대한 방안모색은 소홀히 했다. 즉 총론에는 동의하면서도 각론에 대한 답을 구하지 못했다. 따라서 중앙공무원교육원은 『섬기는 정부』 구축의 원리를 공무원 의식개혁과 행태변화의 개선방향으로 삼되, 조직과 제도를 움직이는 것은 결국 공무원이므로 공무원들 스스로자신의 의식과 행태를 바꾸려는 동기를 부여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교육과정과 내용 그리고 교육방식 등이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3. 공무원의 의식이나 행태의 변화를 위한 교육내용 가운데 가장 필수적이고 우선적인 내용 중 하나가 책임의식일 것이다. 직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공직자들은 국가의 주요 사안에 대해 그때그때 결정을 내려야 하고 그 결정에 대해 책임을 지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쇠고기 수입 재개나 한미 FTA 비준을 가리켜 "노무현 정부가 벌여놓은 일을 설거지해 주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정부의 모습은 책임을 지려는 자세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모든 공무원들에게 국민에 대한 '책임'이 무엇이며, 이를 위해서는 어떠한 자세가 필요한자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책임은 영어로 'Accountability' 또는 'Responsibility'라고 하는데, 'Accountability' 라는 단어는 (국민에게) 설명하고 해명하는 의미이며, 'Responsibility'라는 단어는 (국민의 소리에) 반응하고 대응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렇듯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공무원들에게 중요한 것은 ‘국민의 목소리에 반응하고 대응하며, 국민에게 설명하고 해명하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정책'은 설득하고 논쟁하고 토론하는 과정이라고 정의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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