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돋보기

개혁과 통합의 '미들웨어'

서영복 0 1572

개혁과 통합의 '미들웨어'

서 영 복(행정개혁시민연합 사무총장)

장맛비 쏟아 붓더니, 아예 내리꽂는 땡볕이다. 사지는 축-축, 온 몸은 납작, 상태가 말이 아니다. 이게 어디 날씨 하나 때문이겠는가? 쇠고기 협상문제에서 독도문제까지, 온통 눅눅하고 끈적끈적하고 멍멍한 소식들뿐이다. 예서제서 쏟아지는 온갖 얘기들에 물려, 입도 뻥긋하기 싫다는 이들도 많다. 그래도 몇몇 사람들의 넋두리와 바람 그리고 처방을 들어봤다.

여기엔, 추상적 덕목도 있고 구체적 실천방안도 있었다. 변화저항 관리, 갈등해소, 통합조정 관련 요목이 연상되는 지적이 상당수다. ‘미들웨어(middleware)’란 용어도 비유로 등장한다. 표준화되지 않은 수많은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가 원활히 운용될 수 있게끔 차이를 메워주는 중계 소프트웨어란다. 소통과 네트워킹에 중요하단다. 그 얘기들 일부를 여기에 전한다.

몰려다니는 꼴이라니!
“세상이 아무리 ‘나눠먹기’라곤 하나, 온 나라가 진지(陣地) 싸움이다. 언론은 논조 차별화가 극에 달하다 못해 정치놀음들로 치닫고 있다. 방송 보기도 역겹고, 어디에 기고하기도 마땅찮다. 우국투사들에겐 송구스러우나, 차라리 감옥 가고 말지 싶다. 패거리들에 끼지 않고 맨 정신으로 중심 잡고 시시비비 가리면서 살아가기가, 그만큼 고달프고 외롭다. 대책이 없다.”

“이 정부는 허리, 중간 실무자들까지 약한 것으로 보인다. 인사 농단하는 몇몇 인사들 탓이 크긴 해도, 너무 ‘개념 상실’이다. 사실이 아니길 바라나, 매관매직 사례들도 있는 것으로 들린다. 집권세력끼리도 엇박자 투성이니, 사회통합이고 뭐고 물 건너갔다. 정치판이란 게, 어느 한 쪽 박살이 나야 끝이긴 해도, 호양과 협력이 절실하다. 합심해도 시원찮은 판이다.”

“‘기관장 특명!’ 들먹이는 존재들이 또 생겨났다. 정권 바뀌니, 완장 차고 호가호위하며 나댄다. 그리도 진보인 척하더니, 언제 그랬느냐다. 각종 위원회의 민간위원 위촉도 가관이다. 유력자들이 어느 시민단체 출신이라며, 특정단체의 ‘제국’을 만들고 있다. 위원회나 관변조직이 동문회, 특정인맥, 실무자의 후일도모 모임 같기도 하다. 자중, 견제, 감시해야 한다.”

“거창한 이슈, 돈 되고 유명해지는 데만 다들 몰려다니고 있다. 전국이 ‘지역특구’에 ‘공공디자인’ 바람이다. 행정조직부터 ‘지침’ 따라 방방곡곡 거기서 거기다. 여행도 가는 데만 가고, 특산품도 수단 좋은 장인들 것에만 쏠린다. 세계 구석구석, 주로 현지인들만 아는 먹을거리 찾아다니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드물다. 다양성 제고 실천 매뉴얼들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보안이다 프라이버시 보호다 하며 행정정보 공동이용에 각 행정기관들이 소극적이다. 이는 자기들 문서의 '오류' 가능성과 미비사항을 우려한 때문인 경우가 적지 않다. 사법행정 조직과 세정기관도 여기에서 예외가 아니다. 주민등록 정보화 사업이 정착되는 데 10년 걸렸다. 인프라 구축, 실무적 준비만이 아닌 문화변화 등이 필수다. 긴 호흡으로 협력해야 한다.”

“정부조직 개편 후 공무원 교육 받은 사람들 가운데 일정 인원을 각 부처에서 소화해달라고, 행안부에서 할당하고 있다. 그 인원 가운데 각 기관과 부서의 특화된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일하는 방식 개선' '일 버리기' 한다면서 죄다 전산부서로 일을 떠넘기기도 한다. 그러면 전산부서의 일 버리기는 어찌 하나? 앞뒤들도 살피자.”

구체 해결방안 실천을
“지방분권·시군 통합·대도시 분구 등에서, 효율성과 주민편익, 책임성과 자치의 조화방안은? 민관 간 처우수준 차이를 극복하면서 공직사회의 전문성과 개방성을 제고하는 방안은? 민간에 아웃소싱하면서도, 공공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방안은? 이 모두, 가치가 상충되거나, 운영원리와 작동방식이 다른 것들 간에 ‘미들웨어’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다.”

대부분 별 새롭거나 뾰족할 게 없는 지적들이긴 하다. 그러나 오늘도 세월 모르고 되풀이 되는, 우리의 발전을 위한 디딤돌과 연결 축에 관한 논의들이다. 메가톤급 이슈·추상적 담론들의 틈새에는, 작으나마 각계가 지키고 앉아 천착하고 실천할 게 이토록 지천이다. 그 하나하나를, 이제 차분하고 끈질기게 챙겨가자. 이번 ‘독도 명칭변경 문제’ 또한, 이와 같다.

※ 출처: 전북도민일보 2008년 7월 31일 <서영복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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