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회포럼

과학기술자들 세상 속으로

행개련 0 796

과학기술자들 세상 속으로


고영회(행개련 과학기술위 공동위원장, 대한변리사회 부회장)


지난 12월 13일 ‘대한민국과학기술대연합(대과연)’이 출범했습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를 비롯하여 140여만 회원을 대표하는 17개 단체장이 모여 ‘청년에게 희망을, 국민에게 행복을!’이란 구호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과학기술을 국정운영에서 최우선 순위에 둬라,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국정운영에 모두 참여할 것이다, 과학 합리성으로 희망 사회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를 포함하여 다섯 가지를 선언했습니다.

‘경제를 살리는 데 과학기술이 중요한가?’를 묻는다면 ‘아니다.’ 하고 답할 사람은 없습니다. 지난 역사 기록에서, 지금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우뚝 선 사실에서 알 수 있습니다. 국제 경제를 움직이는 것은 기술력이고, 상품에 적용된 기술을 이끌어낸 바탕에는 과학이 있습니다. 나라에 이바지한 것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과학기술자를 대우하고, 과학기술정책을 중요하게 여겨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겪으며 기업과 정부는 이공계 연구원 뒤통수를 때렸습니다. 자존심이 상한 부모는 자식을 이공계에 보내지 않으려 합니다. 과학기술을 담당하는 정부 조직을 짤 때, 과학기술정책을 마련할 때에도 과학하고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현 정부는 통일부, 여성부, 노동부를 남겼지만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 해양수산부를 없앴습니다. 없앤 것 모두 과학기술부서였습니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정부가 경제를 살리는데 중요한 부처를 없앴습니다. 과학기술정책은 정치 문제나 지역 문제로 변질시켰습니다.

지금 이공계 기피현상은 심각합니다. 이공계 학생이 진학할 때에 전국 의대 한의대 약대를 채운 다음에 서울공대를 간다고 합니다. 수험생이 의대를 가려고 서울공대 합격을 취소해 달라고 떼를 썼다는 소식에서 한숨이 나옵니다.

이공계 대표 전문직이라는 기술사와 변리사에도 여러 문제가 들어 있습니다. 기술사는 전문 자격자이지만 고유 업무영역이 없어 전문자격이라 부르기 멋쩍습니다. 공공기관에서 발주하는 공사의 설계와 감리에 기술사가 서명토록 하는 기술사법 개정안도 국회 교과위에 묶여 폐기될 형편입니다. 서명권이 업무영역이라기보다 안전을 챙기는 최소 장치인데도 그렇습니다. 변리사법에는 특허 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소송대리가 변리사 업무이고,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도 변리사가 법정에 서지 못하게 합니다. 변리사법은 헌법재판소로 내몰려 위헌여부를 결정해 달라는 심판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기술사법이나 변리사법이 변호사를 위한 법이었다면 국회에서 저렇게 주저앉아 있을 것이며, 헌법재판소까지 갔을까요?

세상일에는 급한 것과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중요하지 않지만 급한 일과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 가운데 어느 것을 먼저 해야 하는지는 분명합니다. 과학기술자들은 지도자나 정치가가 급하게 보이지 않지만, 사실상 급하고 중요한 과학기술문제를 챙겨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지도자는 자기가 펼친 정책에서 일궈낸 성과로 평가받을 것이기에...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과학기술자는 과학기술문제를 정치인에게 챙겨달라고 애걸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과학기술자가 목소리를 모으기로 했습니다. "과학기술자가 연구실과 현장을 지켜야 한다", "결국 과학기술자 제 몫 챙기기인가"하고 곱지 않게 눈살을 보내는 분도 있습니다. 다른 분야는 정치에 나가도 되면서 과학기술자는 곤란하다고 할 이유가 없습니다. 국회에서 과학기술 문제를 챙기는 분 얘기를 들으면 이공계 국회의원이 최소 10명은 있어야 문제가 뒤틀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합니다.

지나온 세월 흔적 위에 지금이 있습니다. 과학기술계가 이렇게 뿔이 나도록 만든 옛일이 있었기 때문에 '대과연'이 닻을 올렸습니다. '대과연' 바람대로 꿈을 이룰지, 꿈을 이룬 다음에는 과학기술자들이 다시 현장과 연구실로 돌아갈지 모르겠습니다. 과학기술이란 이름을 달았기 때문에 다른 분야보다 더 차갑게 바라보지 않길 기대합니다.

*출처: 2011년 12월 10일 자유칼럼그룹 (www.freecolum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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