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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어이없는 결정, 그리고

행개련 0 635

헌법재판소의 어이없는 결정, 그리고

고영회(행개련 과학기술위 공동위원장, 대한변리사회 부회장)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2월 29일 백남준미술관 상표권자인 한은미가 변리사에게 소송대리권을 인정하지 않아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다면서 청구한 헌법소원사건(2010헌바459)의 심리 결과 각하한다고 선고했습니다. 한편, 변리사에게 소송대리권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변리사들이 청구한 2010헌마740사건은 12월 8일 공개변론을 열었고 여전히 심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두 사건에서 본질은 다 같이 변리사에게 침해소송대리권을 인정하느나 아니냐하는 문제입니다. 소송대리권 인정을 다투는 사건이 2개이고, 한 사건은 공개변론까지 거쳤으니 으레 두 사건을 모아 같이 처리하겠구나 생각했는데 느닷없이 한 사건을 먼저 선고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결정이유에서 “...등록무효사유가 있다는 내용의 판결이 확정되었으므로, 청구인의 등록상표가 유효임을 전제로 한 당해사건은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위헌 여부에 상관 없이 기각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위헌 여부에 따라 당해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지 않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재판의 전제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부적법하다.”면서 심판청구를 각하했습니다. 각하는 심판을 청구할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더 이상 심리할 필요도 없다면서 자르는 것입니다. 선수를 문 앞에서 막아 경기장에 들어가지 못하게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각하는 실체 심리조차 받지 못하게 하는 것이기에 청구인에게 치명상입니다.

특허소송을 해결하는 길이 2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특허권 침해소송은 지방법원-고등법원-대법원으로 가는 길을 밟습니다. 여기서는 법원이 변리사에게 소송대리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둘째, 특허권 유무효를 다투는 사건은 심판청구(특허심판원)-심결취소소송(특허법원)-상고심(대법원)으로 갑니다. 둘째 절차에서는 변리사에게 소송대리권을 인정합니다.

특허법원 소송은 심결취소소송입니다. 심결취소소송은 확정되더라도 특허심판원이 무효심결을 내고, 그 심결이 확정되어야 상표가 무효로 됩니다. 이 사건 상표권 무효심판에서 대법원이 확정 판결히였고, 뒤이어 특허심판원은 원래 심결을 취소하고 무효심결을 냈습니다. 뒤이어 상표권자는 이에 불복하여 무효심결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특허법원에 냈습니다. 그러니 상표무효여부는 지금 특허법원에서 심리 중입니다. 아직 상표무효여부는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상표권자는 특허법원에 위헌법률제청신청까지 했습니다. 상표가 무효라고 적용한 법률조항은 위헌이니 이를 판단해 달라는 헌법심판청구를 해달라고 특허법원에 요청했습니다. 이 제청신청을 받아들이면 특허법원은 헌법소원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만약 제청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상표권자가 헌법소원을 청구할 것이니 헌법재판소 판단을 받아야 합니다.

헌법재판소 결정이유를 보면 ‘해당 상표권이 무효가 확정되어 헌법소원심판을 하거나 하지 않거나 상표권 침해사건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재판 전제성이 없으므로 각하한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헌법재판소는 상표무효심판과 소송이 일반 민사소송과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아니면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헌법재판관 8명 모두가 의견이 같았다하니 최고 권위를 가진 헌법재판소 판단이라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이번 헌재가 각하한 것을 두고 언론은 ‘헌재가 변리사에게 소송대리권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설명한 것처럼, 헌재는 소송대리권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이번 결정을 보고 헌재가 소송대리권을 인정하지 않은 것처럼 받아들일까 봐 걱정입니다.

변리사 소송대리권은 공개변론할 사건으로 지정할 만큼 사회의 관심이 높습니다. 소송대리권을 두고 변리사와 변호사가 날카롭게 맞섭니다. 헌법재판소는 판단할 때 절대 가치를 보여줘야 합니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얘기가 나와서는 안됩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상 권리를 침해받는 약자에게 희망이 되어야 합니다.

*출처: 고영회 2012년 01월 04일, 자유칼럼그룹 (www.freecolum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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