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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협력 강화하여 낭만열차 늘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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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협력 강화하여 낭만열차 늘리자

배준호 (행개련 재정개혁위원장, 한신대 교수, 고속철시민모임 대표)


국내 철도승객의 다수는 출퇴근, 비즈니스, 혹은 친족방문용으로 철도를 이용한다. 그래서 객실은 늘 혼잡하고 시끄럽다. 시간에 쫓기는 이들이 많아 고장이나 연발착에 민감하고, 느긋이 철도여행을 즐기는 이들은 소수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2월 28일, 복선전철로 모습을 바꾼 경춘선에 준고속 2층열차인 ITX-청춘이 투입되어 낭만노선의 명맥을 잇고 있다.
국내에도 관광열차가 있다. 정동진 해돋이, 동백꽃, 매화, 벚꽃, 철쭉 등의 봄꽂놀이, 태백산 눈꽃, 내장산 단풍 놀이 열차는 당일 플랜이고, 부산, 경주, 한려수도가 포함되면 1, 2박 플랜이다. 비싸지만 적은 승객이 여러 날을 차안에서 보내면서 사귀는 수준급 플랜은 없다. 부러운 얘기지만 스페인의 관광열차 트랜스칸타브리코Transcantabrico는 가이드가 딸린 7박 8일의 여정으로, 북쪽 해안의 협궤구간 650㎞를 달린다. 공기업 FEVE가 1983년부터 운영하는 이 열차의 정원은 클라시코가 52명, 2011년에 투입된 신형 그랑루요grand lujo가 28명이다. 차안에서 숙박하는 이 열차는 세계철도여행가협회가 선정한 전 세계 25개 멋진 관광열차중 하나다.

사실 국내에는 긴 시간을 들여 낭만있는 여행을 즐길만한 노선이 별로 없다. 철도연장이 2만 ㎞를 넘나드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에 비해 우리는 4천 ㎞도 안된다. 하지만 열차가 북한을 달릴 수 있다면 그 연장이 9천㎞로 늘어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숙박형 플랜을 선보일 수 있다. 물론 북한 철도를 대폭 개량해야 한다는 점에서 남북이 경제협력 추진에 합의하고, 우리측이 북한철도 개량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때마침 국내 철도기관의 해외사업 참여가 잇따르고 있다. 코레일이 최근 필리핀 교통통신부가 발주한 마닐라 메트로 1호선(LRT, 경전철) 개량사업에서 레일, 시설물 개량의 2부문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고, 철도시설공단은 2011년말 네팔에서 시마라~바디바스 등 2개 구간(136km)의 전철건설 실시설계 용역과 카트만두시 도시철도(MRT, 65.9km)의 타당성조사 용역을 수주한 바 있다.

이로부터 국제경쟁력이 세지 않은 국내 철도 관련 공공기관이 해외사업에 적극적임을 알 수 있다. 필자는 이들 사업도 의미가 있지만 좀더 뜻있고 실속있는 사업이 남북 철도협력이라고 생각한다. 해외사업에 들이는 노력의 일부만 투입해도 남북간 사업은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물론 그간의 해묵은 정치적, 군사적 갈등의 해소가 선결요건이라는 문제가 있다.

유명 경승지 노선부터 단계적으로 개량하여 이들 노선을 이용한 철도여행 상품을 기획해 보자. 강원도와 함경남·북도를 잇거나, 동해안 일대 해변을 남북으로 연결하는 여행 상품을 만들어 보자. 역사가 담긴 한국의 맛과 멋을 즐길 수 있도록 플랜을 구상한다. 잘만 하면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도 꽤 끌어들일 수 있다. 이 사업은 남북 철도협력 차원을 넘어 북한의 경제적 자립과 남북간 선의의 경쟁을 유발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아마도 내년초에 등장할 정부는 현 정부보다 대북 관계에 훨씬 신축적으로 대응할 것이다. 지난 수년간의 남북간 긴장 강화가 반시대적, 반역사적 흐름이었다는 사실로 부터 남북철도협력은 시대흐름에 맞고 역사에 순응하는 상생의 장이 될 것이다. 2020년대의 한반도, 철도가 출퇴근이나 업무용이 아닌 여행수단으로 널리 이용되는 모습을 꿈꿔본다.


*출처: 철도신문 2012년 3월 12일, [배준호칼럼] 10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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