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회포럼

깨끗하고 쾌적한 객실, 서비스의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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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하고 쾌적한 객실, 서비스의 첫걸음


배준호(행개련 공동대표, 한신대 교수)


고객들이 철도에 요구하는 첫 번째 주문은 단연 ‘안전한 철도’다. 그 다음으로 정확한 운행과 쾌적함 등이 유력 후보로 경합한다. ‘쾌적한 철도’는 코레일이 이철 전 사장 시절에 정한 고객서비스헌장(2007.9)에 네 번째 항목으로 제시되고 있다. 주지하듯 쾌적함은 조용하고 깨끗한 대합실, 승강장, 객실 그리고 화장실 등에서 얻어진다.

최근 국내 최고 등급 열차인 KTX 특실의 객실이 더러워 자녀를 동행한 엄마가 아이의 건강을 걱정하는 고발성 글이 웹에 올라와 많은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지난 5월 28일 광주발 용산행 KTX를 탄 이 승객은 요금이 항공기와 비슷한 수준인데도 바닥의 카펫은 시커멓게 변색되어 있고 구석구석에 먼지가 뭉쳐 있으며, 의자와 탁자는 찌든 때와 먼지로 지저분하고, 변기가 더러워 딸을 앉히기 거북할 정도였으며 세정수는 검은 색에 역한 냄새를 풍겼다면서 사진을 찍어 고발하고 있다.

특히 “더러운 때가 얼마나 오래됐는지 테이블이 원래 자리로 미끄러지듯 가지 않아 힘으로 꽉꽉 눌러야 할 정도…. 소아천식을 앓는 딸이 열차에 타는 순간부터 기침하고 연신 가래를 뱉어냈다”는 부분은 충격적이다. 객실 청소가 장기간 시늉으로 이루어져 내부가 세균과 비산먼지로 충만되어 승객이 여행 중 병을 얻거나 지병이 악화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통상 종착역에서 열차가 설 때마다 내부를 청소하는데…청결유지에 다소 소홀한 점이 있었던 것 같다. 업체에 연락해 이 같은 지적이 나오지 않도록 신경쓰겠다”는 KTX 측 답변에는 책임을 하청업체로 돌리는 공기업의 타성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앞의 고객서비스 헌장에 제시된 이행기준에 따르면 “모든 열차는 반복운행 출발전마다 열차 청소를 시행하여 쾌적성을 유지한다”고 되어 있지만 이것으로 쾌적함을 확보하기 힘든 게 지금의 현실이다. 열차가 3, 4시간 운행하는 중에 승객의 매너에 따라선 객실과 화장실이 얼마든지 지저분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승객중에는 시설물을 깨끗이 쓰지 않는 이들이 적지 않으며 이들의 무책임하고 매너없는 행동이 더러운 객실에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

문제는 코레일이 이같은 승객의 행동이 억제될 수 있도록 사전에 홍보, 계도하는 노력이 매우 부족하다는 점이다. KTX는 물론이고 광역전철과 지하철에서도 차내 정숙과 매너있는 행동에 대한 승무원 등 회사측 주문은 너무 약하다. 승객과 시민의 높은 공중도덕은 거저 얻어지는게 아니다. 세계 최고수준의 객실 매너를 유지하는 일본의 객실에는 지금도 쉴틈없이 승무원의 매너유지 촉구 멘트가 흘러나온다.

차량의 청결도 면에서 코레일의 차량은 대부분 문제를 안고 있다. 근래 투입된 누리로나 경춘선 ITX 차량을 제외하면 모두 비슷한 상황이다. 새마을과 무궁화 호 열차의 천정과 창문벽은 당초의 밝은 빛 색깔이 변색되어 거무티티해졌고 군데군데 얼룩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청소를 소홀히 하면 열차 바닥재인 카펫은 질병의 발원지가 될 수 있다. 지금의 KTX가 바로 그 상황에 와 있는지 모른다. 운행개시 후 8년 이상이 경과하면서 객실 청결도 유지가 과제로 부각되어 왔지만 고장과 사고 등 열차안전에 신경쓰느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측면이 없지 않다. 이번 한 승객의 따끔하고 충정어린 지적을 계기로 깨끗하고 쾌적한 객실이 서비스의 첫걸음임을 재인식하여, 청소 기준을 대폭 강화하고 카펫 바닥재에 대한 대안을 서둘러 모색하자.

*출처: 철도신문. 2012. 6. 11 [배준호칼럼] 10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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