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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기피, 기술사가 이런데

행개련 0 589

이공계 기피, 기술사가 이런데

고영회(행개련 상임집행위원, 대한변리사회 부회장)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과기평)은 지난 5월 15일에 ‘2011 이공계 인력 육성, 활용과 처우 등에 관한 실태조사’ 결과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보고서는 이공계 박사와 기술사 2,888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9~11월 3개월 동안 실태조사를 한 결과입니다. 2010년 조사 때보다 연봉은 약간 올랐지만 근로소득 근무시간 직업안정성 등에서 직장 만족도가 내려갔다고 밝혔습니다.

전반적 직장 만족도(5점 만점)에서, 이공계 박사는 2010년 3.6점에서 2011년 3.4점으로 낮아지고, 기술사도 3.4점에서 3.2점으로 떨어졌습니다. 이공계 박사와 기술사의 평균 근로소득은 2.5%와 4.3% 각각 올랐지만 근로소득에 만족하는 사람의 비율은 줄었습니다. 실질소득은 줄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공계 박사는 근무시간에 대해 만족하는 사람이 전년도보다 줄어들었는데, 실제로 주당 평균 근무시간이 2010년 42.8시간에서 2011년 44.6시간으로 1.8시간이 늘어났습니다. 국외 취업 뒤 국내에 복귀할 의사를 묻는 항목에서 이공계 박사는 2010년에는 35.1%에서 지난해에는 25.1%만이 긍정하여 10%만큼 줄었고, 기술사는 2010년에는 51.8%에서 지난해에는 37.3%만이 긍정하는 것으로 많이 줄었습니다.

이공계 기피현상이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되었고, 1997년 외환위기 뒤에 더욱 이공계 기피현상이 깊어졌습니다. 이공계 적성이더라도 우수 학생이 이공계에 가지 않는 현상을 걱정한다고 했고, 대책을 마련할 듯이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실제 사회 환경은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기술사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이공계 인력 중에서 공대생은 절대 다수입니다. 이들은 졸업하면 산업기술분야로 진출합니다. 이들이 산업기술분야에서 7년 경력을 쌓아 도전하는 것이 기술사(技術士)입니다. 산업기술분야에서 장인이 기술사입니다. 경력을 쌓고 어렵게 시험을 거쳐 기술사 자격을 갖습니다. 공대생이 진출하는 산업기술분야의 최고 기술자가 그에 걸맞게 사회 위상을 가져야 기술자 길을 갈 생각을 먹을 수 있습니다.

현재 기술사 시험은 고용노동부가 시행합니다. 기술사법이 있기에 기술사법에서 기술사 시험을 정하는 게 상식입니다. 기술사 선발시험을 기술사법에 규정하고, 그 시험을 과학기술부가 주관하도록 하자고 하면 노동부는 절대 내놓으려 하지 않습니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일을 뺏기면 후배에게 두고 두고 욕먹는다고 하면서.

기술전문가로 배출한 기술사에게 기술사만이 할 수 있는 고유업무를 정하지 않았습니다. 업무영역도 정하지 않으면서 배출하는 전문가가 있을 수 있습니까? 다른 분야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기술 분야에는 버젓이 있습니다.

이공계 인력이 우리 사회에서 중요하다면 우수한 학생이 이공계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로잡아야 합니다. 이공계 기피현상은 이공계를 나온 사람들의 사회적 지위에 관한 문제이고, 그들의 역할에 걸맞게 사회 위상을 마련해 주면 됩니다. 특별히 우대해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에서 기술사의 위상은 이공계 출신의 자존심 문제입니다. 내가 아무리 이공계 적성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현실에서 자부심을 갖고 살 수 있는 사회 환경이 아닌데도 이공계 길을 가라 할 수 없습니다. 이공계 성향은 애써 달라고 외치지도 머리띠 두르고 싸우지도 않습니다. 그냥 조용히 떠납니다. 그게 기술자의 자존심입니다.

정치권이든 행정권이든 모두 과학기술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말만하고 현실을 팽개친 상태가 10년 이상 계속됐습니다. 이공계 문제, 나아가 기술사 문제를 이대로 내버려둬도 우리나라가 계속 발전할 수 있을 거라 믿는 걸까요?

*출처: 자유칼럼그룹. 고영회 <산소리>. 2012년 07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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