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회포럼

가속기와 반도체

행개련 0 763

가속기와 반도체


유희열 (행개련 공동대표, 부산대 석좌 교수)


삼성전자의 갤럭시가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애플에 스마트폰 두뇌에 해당하는 AP 공급가격을 30% 인상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등 가뭄에 단비같은 소식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 반도체개발의 역사가 일천하여 아직은 주력제품인 비메모리분야에서는 미국과 격차를 보이고 있지만 메모리 분야는 확고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의 노력이 결실을 본 사례이다.그러나 반도체개발 의 헌신적인 연구와 고객의 까다로운 요구를 만족시키는데 소리없이 기여한 과학자의 공로를 잊을수 없다.

8년전 늦은봄 오후 한국원자력의학원에서 가속기 개발에 몰두하고있는 채종서 박사는 일면식도 없는 S전자의 S-RAM 을 담당하는 김상무 로부터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 한국원자력의학원의 사이클로트론가속기를 이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의였다. 도대체 반도체와 가속기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채 박사의 궁금증은 S전자 기술진들과의 모임에서 해소되었다. 미국의 C 사에 RAM 메모리를 6억달러 어치 수출 하였는데 중성자 및 뮤온에대한 실헙결과가 미비되어 그회사로부터 클레임이 걸린 것이었다.

이에 따라 빠른 시간내에 실험할 수 있는 미국의 가속기 연구소를 찾아보니 보통 1~2년씩 빔조사 예약이 되어있었다. 할수없이 일본의 RIKEN(이화학연구소)에 협조요청했으나 그곳 또한 1년가까이 예약되어 있어 S전자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곳에서 사정을 하니 왜 한국원자력의학원의 채종서박사를 찾아가지 않느냐고 오히려 이상하다는 반응이었다. 그후 약 1년여동안 S전자는 한국원자력의학원의 사이클로트론으로 중성자 환경에서의 메모리동작 실험과 회로보정 작업을 수행하여 C사에 성공적으로 납품할 수있었다. 그동안 S 전자를 비롯한 전자업계는 반도체만 생산하면 된다는 생각에 방사선이 중요한 변수가 될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후부터 방사선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하여 가속기를 이용한 실험이 이루어지기 시작 한것이다.

당시에 우리나라는 가속기에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보유 가속기도 소규모인데다 사용자가 극소수여서 사용자 교육을 병행하면서까지 가속기 사용확대에 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과학기술부의 지원으로 가속기의 국산화도 추진했다. 한국 원자력의학원의 채종서 박사를 중심으로 사이클로트론 개발팀이 구성되어 핵심기술을 개발하였고 삼영유니텍 등 기술개발에 열정이 있는 기업에 전수하였다. 수입보다는 기술개발에 남다른 열정을 가진 정경일 사장 주도하에 상업화에도 성공하여 삼영유니텍은 국내 대형 병원에 사이클로트론을 공급함은 물론 베트남, 터키등에 수출까지하고 있어 사이클로트론 생산의 세계적인 기업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국내가동중인 연구용가속기는 크게 3종이 있다. 한국원자력의학원의 5천만 전자볼트 양성자사이클로트론, 한국원자력연구원의 2000만 전자볼트의 전자선 가속기, 2000만전자 볼트의 양성자선형가속기, 정읍방사선과학연구소의 3000만전자볼트의 양성자사이클로트론, 그리고 포항방사광 가속기의 방사광이 그것이다. 그 외에 한국자원연구원과 서울대 공동기기원의 300만 볼트의 고전압형 이온빔 가속기가 있으나 탄소연대측정을위한 초소형이다. 이중 국내기술로 건설한 가속기는 한국원자력 연구원의 2000만 전자볼트 양성자 선형 가속기와 정읍의 3000만 전자볼트 사이클로트론 뿐으로 기타는 외국기술에 의존한 가속기들이다.

S 전자의 세계 일류기업 도약에 디딤돌이 된 가속기 개발은 초고주파공학기술 대전력증폭기술 초진공 초전도 초정밀 초고압 기술등의 집합체로 선진과학기술 강국 진입에 선택이 아닌 필수기술이다. 앞으로 4600억원 규모의 이온빔 가속기, 자유전자 레이저용 선형가속기(4000억원), 부산 기장의 중입자 치료용 가속기(1950억원)등을 성공적으로 건설 운영하기위해서는 가속기분야의 고급인력 양성과 기술개발투자가 절실히 필요하다 하겠다.

*출처: 전기신문 2012-12-26일자

[이 게시물은 행개련님에 의해 2017-07-04 17:13:21 가회포럼 1에서 이동 됨]
0 Comments